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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7. 06. 02. 샘터찬물 편지 - 312017-06-02 14: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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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속에 들어있는 인생.

학교도 들기 전의 어린 때 할아버님 앞에서 유지를 펴고 붓글씨를 배우던 제가 이제 막상 할아버님의 비문을 쓰려고, 그것도 옥중에서 붓을 잡으니 할아버지의 추억과 함께 세월이 안겨주는 한아름의 감개가 가슴 뻐근히 사무칩니다.

써놓은 비문을 며칠 후에 다시 펴보았더니 자획의 대소, 태세가 고르지 못하고 결구도 허술하여 마치 등잔을 끄고 쓴 한석봉의 글씨 같아, 저도 어머님께 꾸중 듣는 듯한 마음입니다. 몇 군데 다시 써서 덧붙이기도 하고 조금씩 고치기도 하였습니다.

글씨도 그 속에 인생이 들어 있는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어떤 때는 글씨의 어려움을 알기 위해서
글씨를 쓰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지난 토요일 서여회 사람들이 이제껏 연마해온 솜씨를 발휘하여 부채를 만들었습니다.
마치 작품전을 준비할 때처럼 정성을 다해서 부채에 덕담을 쓰고 그림도 그려 나누어 가졌습니다.
옛부터 단오선이라고 단오에 부채를 나누던 관행이 있었답니다.
토요일 오후에 남산 서실에 모여 글씨를 쓰다보면 우이체 속에 담긴 선생님의 깊은 인생을 한번 더 되돌아보게 됩니다.